지난 8일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인촌 김성수가 포함된 데 이어 오늘 국가기관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친일진상규명위)가 발표한 친일 인사 명단에도 그 이름이 올라왔다. 친일진상규명위는 2004년 '일제강점하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이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됨에 따라 발족된 국가기관이다. 따라서 이 기관이 발표한 명단에 인촌 김성수가 포함되었다는 것은 그가 '국가공인 친일인사'라는 점을 시사한다. 게다가 이번 명단은 민간단체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숫자의 1/4 수준이고,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친일진상규명위의 태생적 속성상 의견이 엇갈리는 자들은 제외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임을 감안하면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김성수가 포함된 것이다.
그런데 고려대학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본관 앞 잔디에는 김성수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이 만들어진 시기는 1950년대 말이고, 동문들이 주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기념하는 '인촌기념관'이라고 명명된 대강당까지 있다. 국가가 공인한 친일인사를 사회적 양심의 보루인 대학이 기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인촌 김성수는 '민족고대'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게다가 학교를 다니거나 다녔던 이들까지 그를 고려대학교 설립자로 오해할 만큼 위상이 높다. (그는 고려대학교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교장에 취임한 적이 있을 뿐, 설립자는 이용익이다)
하지만 일제의 전쟁동원이 가열차게 진행되던 1930년대 말,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이라는 친일단체의 이사로 활동하고, 광복 직전 무렵에는 교장 재직 당시 학생들에게 징병에 나갈 것을 선동하였다는 일화까지 회자된 그다. 이번 친일반민족행위 결정 현황을 보면,
-징병 찬양 및 선전ㆍ선동, 학병 동원 독려
-흥아보국단 준비위원,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ㆍ감사, 시국인식의 철저 역설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발기인ㆍ이사ㆍ참사,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ㆍ훈련부 이사
이러한 사항은 위 특별법 제 2조 11호 '학병·지원병·징병 또는 징용을 전국적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선전 또는 선동하거나 강요한 행위', 13호 '사회·문화 기관이나 단체를 통하여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 17호 '일본제국주의의 통치기구의 주요 외곽단체의 장 또는 간부로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과연 민족고대의 상징으로 적절한 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국가가 그를 서훈취소대상으로 삼았던 적이 있었고, 오늘에 이르러 친일인사로 공인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간 김성수 동상에 대해 학내에서 전혀 문제제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2005년 총학에서 친일교수명단을 발표하면서 동상 철거문제를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일진상규명위의 이번 발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교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4.19 혁명의 초탄이었던 과거의 영광과 지금의 현재가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철저한 자기반성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친일진상규명위의 초대 위원장인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출범 당시 말했던 '옳고 그름의 기준이 바로 서지 못하면 또 다시 매국노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학교당국이 먼저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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