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균형있는 대안으로 생각되었던 일심회 구성원 당원제명안이 부결되면서 결국은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사퇴했고 비대위는 해체되었다. 민노당은 이제 공중분해될 처지가 되었다. 자주파는 환호하고, 평등파는 집단탈당을 당장 할 태세다. 심상정 비대위가 꾸려지고 활동을 시작할 즈음부터 내 핸드폰은 당에서 온 연락에 분주했다. 비대위 활동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달라는 것부터, 당학생위원장을 처음으로 직선으로 뽑는다면서 각 선본들에게서 문자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연락까지 많이도 왔다.
활동도 못하면서 쥐뿔도 모르고 뒤에서 까기나 하는 나같은 게으른 당원이 당 중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감히 의견따위를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일일이 당원들에게 연락주신 성의를 생각해서 후보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크게 보면 아직까지 안일한 현실파악을 한 결과 종북주의나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은 조승수 전 의원과 같은 극소수의 당 뒤집기에 불과하며 분당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라는 분도 있으셨고, 좌파는 민노당이라는 이름하에 무조건 하나되도록 하여야 한다면서 혁신을 하겠다(어떻게?)는 분도 있으셨고, 자주파에 대한 비판에 일부 수긍하나 종북주의라는 말 자체에는 또다른 폭력과 담합, 배격을 담고 있어 위험하다는 분도 있으신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모든 분들에게 당을 쇄신하고 총선승리를 위해 학생사회가 주도적 역할을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물음표만 던져드렸다.
수차례 포스팅한 바와 같이 나는 국내 좌파가 민족주의와 결별하지 않는 이상 더이상 득세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자주파는 현실감각을 잃었다. 그러나 양비론이 가장 쉽다고 했던가, 평등파에 대해서 자주파와 같은 조직화된 힘을 갖지 못하고 있으므로 무능하기만 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제르미날님이 지적하신대로 - 민주노동당의 멸망 - 분당해서 나가자는 일부 평등파는 자주파가 싫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분모가 없다. 이 점에서 민족주의적 국가관의 구태를 벗은 채 환경,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적소수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장의 좌파들을 한 데 엮을 수 있는 구심점이 생기기를 갈망한다.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와 거대여당 탄생이 예고되는 판국에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이 없다. 앞으로 5년동안 또 고통받을 민중들을 생각해보라. 5년을 감내한다고 해도 5년 내에 그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가?
진보적 가치에 동의할 사람들을 아우를 리더, 구심점, 단체 그 무엇이든 속히 가시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노당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당 내부에 잔존할 사람들과 단체는 수년간 해온 행태를 봤을 때 그 구심점이 결코 될 수 없다. 그러기에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모두 자신이 무슨 계파인지 인식하고 당에 가입하거나 지지하였는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순진하다고 표현되는 대다수의 지지자들은 그러한 계파의 존재 자체도 희미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저 민노당에서 나오는 목소리 모든 것이 진보세력이 추구해야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구심점이 될 무언가는 자주파가 그동안 보여준 독선과 배타를 버리고 평등파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서, 무엇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인지, 가치인지 옥석을 가려주고 대중에게 제시하고 어필할 수 있는 동시에, 뿔뿔이 흩어진 좌파의 역량을 마름지울 리더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쓴 글을 읽어보니 말이야 쉽지...라는 말밖에 안나온다.
p.s 덧붙여, 민노당내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말할 것이 있다. 진보적 정책을 쏟아내기 전에 한번이라도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의 근본된 이데올로기에 대해 알기쉽게 풀어놓으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는가? 각자가 생각하는 좌파의 이상향이나 국가의 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낸 적이 있는가? 사민주의든 민족주의적 좌파든 북한을 추종하는 주체사상이든 이를 드러내고 설명해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콤플렉스라면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건지,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마저 있지 않았는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들을 미룬 채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외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