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국에 태풍을 몰고 온 4.29 재보궐 선거는 선거일이 휴일이 아닌 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40%가 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었다. 흥미로운 것은 선거일 당시 각 정당의 실황을 알렸던 언론보도 중 한나라당의 표정을 취재한 기사들이다.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에 한나라당이 촉각을 세운다는 취지였다. 높은 투표율은 민중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현재 높다는 증거인데, 왜 한나라당은 여기에 긴장했을까. 4.29 재보궐 선거는 그들의 슬픈 예감대로 처참한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이 났다.
민주주의와 태생적으로 친하지 않은 권위주의자들은 대중의 관심을 가장 싫어한다. 사실 대중의 관심과 책임은 한묶음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은 곧 권력에 대한 감시요, 비판이기에 자연스레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5공화국 전두환 정권이 일본 극우 거물정치인의 조언에 따라 프로스포츠를 출범시킨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공 하나를 던져주면 개는 하루종일 재미있게 논다'는 것이 일본 정치인의 가르침이었다. 당시 80년 광주의 피로 정권을 잔탈한 군부는 정권초기 사회 각계 각층의 비판과 시위에 골머리를 앓았던 차였다. 당시 권력자는 철저한 언론통제와 프락치 녹화사업 등 여러가지 고압적 조치를 하는 한편 대중에게 즐겁게 놀 거리를 던져줌으로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무마시키려고 했다.
4월 27일 동서리서치를 통한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촛불집회가 벌어진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57.2%가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아마도 촛불시위를 해봐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증, 패배감의 표출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촛불시위 당시 권력자의 알듯말듯한 애매한 사과와 보완조치 이면의 강경한 진압과 통제는 시위자들로 하여금 끝없는 절망과 고립감, 패배감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발맞춰서 성급하게도 '촛불의 한계'를 운운하며 제도권 안에서의 문제해결만 고수해야한다는 논객들도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촛불은 우리에게 희망과 동시에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안그래도 정치에 대한 극단적 회의주의와 불신, 무관심은 50년여의 후진 정치의 비옥한 토양에 의해 앞으로 몇십년이고 풍작될 수 있는 현실이다. 가깝게 일본의 경우를 보자. 젊은이들의 염세주의와 정치에 대한 몰상식은 그들에게 발암물질과 같다.
사회 각계에서 촛불 1년을 맞아 다시금 연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전에, 촛불을 통해 처음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자각한 자들이 많다는 것을 상기하자. 그리고 대중의 패배감을 치유할 수 있는 '승리의 기억들'을 널리 알려야 한다. 이 정권들어 뉴라이트와 보수언론을 비롯한 보수연합체가 토목건설 다음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역사, 그 중에서도 근현대사 왜곡이라는 점은 무엇을 의미할까. 올바른 국가관 정립을 권력자 옹호로 이어지게끔 만드는 저 작업은 민중의 패배감을 더욱 공고하게 하고 무관심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닐까.
민초는 화려한 나무들과는 달리 바람에도 흔들림이 적다. 누군가 아무리 짓밟아도 결국 흙을 비집고 올라오고야 마는 생명력이 있다. 우리는 무수한 승리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 2009/05/04 15:21
- kangswim.egloos.com/2308905
- 덧글수 : 13



덧글
ㅉㅉ 2009/05/04 17:44 # 삭제 답글
아니 도대체 이 자신감은 뭐지?촛불시위에 다시 참가하지 않겠다는 건 그야말로 촛불시위 자체가 목적이 변질되고 폭력적이니까 안한다는거지
무슨 패배주의?
시위대가 왜 패배감을 느끼는지 가르쳐줄까?
그건 촛불시위 내용 자체가 첨부터 잘못된 것이니까 그런거야
그걸 깨달으니 그런거지. 이건 뭐 지 맘대로 사람들 마음을 읽네
궁예냐?
수롤 2009/05/04 19:51 #
촛불시위는 몇달에 걸쳐 진행되었죠. 당근(어설픈 사과나 후속조치)과 채찍(강경진압)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시위대를 점점 일반 국민과는 격리된, 별종처럼 묶어버려 여론을 차단시키는 것은 시위진압의 첫단계입니다. 그 이후 더욱 강경한 진압을 하게 되면 시위가 점차 격렬해지죠. 하물며 주도세력이 없는 자발적 집회는 어떻겠습니까. 통제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의사분출인 경우 폭력적인 이들이 당연히 강경하게 나올 수 있게 됩니다. 이 때를 빌미로 대대적으로 시위 전체를 모두 불법폭력집회로 싸잡아 버리는 수법입니다. 언론사들도 많이 도와주죠.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딱 이 체계와 같네요. 시위 목적과 내용까지 문제삼으셨는데 한번 설명해보시죠. 피디수첩의 사기왜곡때문에 70만이 삽질했다는 조선일보식 사고를 하신다면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ㅋㅋㅋ 2009/05/04 18:00 # 삭제 답글
블로그 주인장이 아무래도 고정 스토커 만나신 듯...... ㅋㅋㅋ베 2009/05/04 19:09 # 삭제
이 잉여백수님은 하루종일 이글루스에 죽치며 리플만 다네 ㅡㅡ수롤 2009/05/04 19:53 #
ㅋㅋㅋ / 허허허.베 / ㅉㅉ 님보고 하시는 말씀이신지요?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인지.
ㅇㅇ 2009/05/04 22:08 # 삭제 답글
제가 봤을땐 경찰이 촛불시위에 대한 관심을 끌어주는듯격렬해야 관심이 생기려나...
카바론 2009/05/04 22:52 # 삭제
걔네들도 압니다, 반대급부로 불이 화력세게 안타게끔 교활하게 파워조절 하면서 쥐새끼처럼 설치고 있는거죠.2009/05/04 22:51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09/05/06 00:38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소쿠리 2009/05/09 18:13 # 답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민중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나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 해 촛불의 함성과 기억은 아직도 제 머릿속에 아니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촛불의 연대와 기억들은 언제든지 다시 재생될 수 있습니다. 촛불집회 이후의 가시적인 성과가 별로 없었지만 패배주의에 빠지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4.29 재보선의 결과는 촛불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수롤 2009/05/10 02:59 #
반드시 그래야만 하겠죠. 제성호 교수 등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광장에 나와 시민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대의제와 자유위임에 반하기 때문에 반민주적이라는 담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주장이 나도는 한, 촛불은 절대로 꺼져서는 안될 것입니다.걸음마시기 정권타도 2009/05/22 01:03 # 삭제 답글
정권 출범이 겨우 수개월에 불과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던천부당만부당한 과잉 목표로의 창대한 승리를 기어이 못 이룬
회한과 아쉬움들이 가득찬 논조인 듯하여 매우 안타깝습니다.
걸음마가 시작되었을 뿐인 정권출범 초기에
어딘가 미묘하게 어안이 벙벙하던 시기가 지나고
이상하고도 수상한 과잉 전개의 전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어가던 나중에는
정동영 박영선 식구들로 10년째 편파라는 이력이 자자한
엠비씨라는 방송 선동과 불가분의 관계이던
원격조종과 세뇌와 감정이입식 분기탱천의 촛불시위에 대하여
크게 우려하며 걱정한 국민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수롤 2009/05/22 01:10 #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 지표는 그렇지 않았을텐데요?전혀 통합민주당 지지자도 아니고 노무현을 비판하는 사람입니다만
노무현 정권 창출 1년도 안되어 탄핵 운운하며 헌법상 탄핵사유로는 말도 되지도 않는 경제실패 따위를 운운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기억하시죠?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이 얻어맞은 탄핵 후폭풍도 기억하시구요?
말씀대로 정말 그렇게 촛불에 염려하던 자가 많았다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 물러나라고 한 통민당, 자유선진당, 민노당, 진보신당 전부다 후폭풍을 맞아 마땅한 것 아니겠습니까? 어쩌지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지금까지도 지지부진인데? 아무리 보수 언론에서 혹세무민해보아야 지지율 회복이 안되었었죠?
아직도 꿈을 꾸시고 계신 겁니까. 백만의 촛불이 다 선동이고 세뇌라구요.
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