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죽창 운운하기 전에 자기반성부터 해야 시사비평

  지난 16일 대전에서 있었던 민주노총 주최의 시위에 관한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 지회장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의 배경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빈자리는 시위에서 사용된 것이 '만장깃대'이냐, '살상무기인 죽창'이냐에 관한 논쟁으로 채워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위 직후부터 '죽창'이라는 용어를 확정적으로 사용하며 국가브랜드 하락을 우려하기도 하였다.  이어서 정부는 죽창을 강조하며 시위의 과격성을 점차 부각시키더니 급기야는 '도심 대규모 집회 불허' 라는 초강경 대응을 하기에 이르렀다. 

  전태일 열사가 평화시장 앞 청계천에서 자기 몸을 불살랐을 때만 하여도 노동자의 죽음은 이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는 오늘날, 일부 언론(다수라고 해야 타당할 것이다)과 정부의 태도를 보니 박종태 지회장의 죽음은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더군다나 그의 죽음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계속적인 투쟁 끝에 어느 정도 '예견될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별다른 사회적 관심이 없었다.  워낙 노동쟁의가 많은 현실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내 자신이 비겁해진다.  한편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입법을 제안하거나 국회에 의견을 제시해야 할 노동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현행 노동법 타령만 하고 있다.

<얼마전 돌아가신 박종태 열사.  사진출처 : 프레시안>
 
  택배기사의 현실을 보자.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현행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기에 노조설립도 불가능하거니와 퇴직금 수령, 근로시간의 제한, 야간근로수당, 해고 사유 제한 등의 근로기준법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택배기사가 택배회사와 개별 계약을 맺은 '자영업자'처럼 되어 있는 현행 법제는 근로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모 택배회사가 자신이 불리할 때만 택배기사들을 '사장님'이라고 부를 때가 있다는 데, 정말 가증스럽기 그지 없다.  택배기사와 관련된 수많은 부조리들에 관한 기사와 정보는 이미 넘치고 있으니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데 택배수수료 30원 인상을 위해, 이미 합의된 인상안 약속을 이행하라는 소박한 요구를 묵살한 기업도 기업이지만 도대체 정부는 한 노동자가 죽고 화물연대가 파업을 결의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온라인쇼핑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국내 택배시장은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분명히 불합리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관청인 노동부가 먼저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를 언급한 것을 본 일이 없다. 

  올 초부터 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법과 질서' 수호를 강조해왔다.  필자는 그 간의 글에서 법치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공정한 법집행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묵살하는데만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사각지대에 대한 논의는 수면위로 떠오르지도 못하고 문제가 곪고 곪아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그제서야 한다는 것이 고작 경찰을 동원한 강경진압이다.  시위가 중대한 불법성을 띄어서 경찰이 진압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라고 양보한다면, 도대체 노동부의 본연의 임무는 어디로 간 것인가?  게다가 사후약방문이라도 곁들어지면 좋으련만, 이명박 대통령부터 나서서 '죽창'을 운운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부는 이를 빌미로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천봉쇄한다니, 희망이 없이 궁지에 몰린 쥐가 어떻게 되는지를 정부의 수장이 동족이면서도 생각하지 못하는 코미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시위의 폭력화 가능성 때문에 모든 대규모 집회를 막아서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에는 이상하게도 '헌법'만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그들의 목소리가 신뢰성이 없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지난 5월 1일 SBS 뉴스가 경찰의 집회방해 조직적 개입의혹을 보도했다.  이른바 '집회장소 알박기'를 통해서 진보단체 집회의 봉쇄를 획책하였다는 것이다.  법치주의 수호 자체의 순수성도 의심받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임무를 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의 중요성은 누구라도 공감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계속 은닉하고 회피하면서 '죽창'에만 집중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짐은 물론이요, 더 큰 저항과 투쟁을 야기할 뿐이다.  정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를 즉시 공론화시켜야 한다.

관련 필자 글 :
MB, '불법집회로 국가브랜드 하락했다' 경고할 자격있나

진성호의원 집시법 개정안, 집회 원천봉쇄 노리나

대대적인 '상습시위꾼' 색출에 나선 권력

권력자의 떼법에 대처하는 자세 -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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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가 거져오는 줄 아는가? 2009/05/21 22:02 #

    우선 제목만 보고 평화를 위해 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가주기를 바란다. 이 글을 그것에 관한 글이 아니니까! 대전에 있던 노동자파업에서 죽창인지 죽봉인지 대나무가 나와서 말이 많다. 나도 그런 시위를 막은 경험이 있는 의경출신이다. 그래서 그런 격한시위에서 대나무가 등장하는 것에 걱정하고, 자제를 요청하고, 답답해 하는거야 나도 이해한...... more

  • 뻔뻔한 금호안하무인 그룹으로부터 입사제의 받다?? 2009/05/21 23:04 #

    뻔뻔한 금호안하무인 그룹으로부터 입사제의 받다?? 집념의 금호자본 노예의 무개념 댓글, 빚더미 회사 내가 인수하랬냐?? 안하무인(眼下無人)이란 말이 있다. 눈 아래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로, 안중무인이라고도 한다. 간단한 예를 들면 "사람이 돈을 좀 벌더니 안하무인이 되었다" "그는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 정도... 이런 안하무인 기업(자본)-노예들이 있었으니, 바로 택배 수수료 단돈 30원 ...... more

  • 죽창을 위한 변명 2009/05/22 09:17 #

    명박시대에 정부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법치주의뿐이다. 법치라는 틀을 강조하면 할 수록,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의식이 퍼져나가면 나갈 수록 민중과 시민의 괴리는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법치주의라는 틀 속에 갇힌 정부가 기다리던 사건이 터졌다. 시민들에게 폭력은 법치주의의 필요성을 동의하게 만드는 암묵적 공감대가 된다. 죽창은 그 폭력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이 사건을 빌미로 정부는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킨다. 대다수...... more

  • '시티홀'의 신미래는 상습시위꾼? 2009/05/22 15:27 #

    검·경찰의 논리에 따르면 드라마 '시티홀'에서의 신미래는 상습시위꾼입니다. 그녀는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에서 1등을 했으나 상금 2000만원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항의하여 인주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합니다. 더구나, 고부실 시장의 비리에 대해서 알게된 뒤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면서 주민들에게 유인물을 돌립니다. 유인물의 내용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고부실 시장의 비리 내용과 오후 2시까..... more

덧글

  • zzz 2009/05/21 21:36 # 삭제 답글

    박종태랑 대한통운이랑 무슨관계가 있나요?
  • 수롤 2009/05/21 22:01 #

    고 박종태님과 대한통운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신문 1면 광고가 났었지요. 이에 대한 노조 측의 반박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 답변드립니다.

    "대한통운 택배기사들 중 상당수는 정규직이었다가 회사의 강압으로 '택배사업자'로 밀려난 분들이고 이 분들은 2006년에 화물연대에 대거 가입하였고 이 분들은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 대한통운 분회로 조직되어 있으며 그 조직의 책임자가 바로 고 박종태 지회장입니다.

    그런 박종태 지회장이 대한통운과 관련이 없다 하면 도대체 누가 대한통운과 관련이 있겠습니까."
  • 산/들/바람 2009/05/21 22:53 # 삭제

    질문을 하시려거든 최소한 예의는 지키고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종태라뇨? 달랑 이름 세 자로 불려야 할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동료 78명이 문자1통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고당하자 미친듯이 그들의 복직을 위해 뛰어다니다 이 나라 노동법과 정권이, 그리고 추악하고 더러운 금호아시아나 자본이 노조를 파괴하고 수없는 악행을 하는데 대하여 항거하면서 삶을 마친 분입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예의는 지켜야 합니다. 더구나 산 자가 아닌 가신 분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 2009/05/21 21:55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검은달빛 2009/05/23 00:00 # 답글

    죽창 논란은 이제 눈이 아파서 안 보고 있습니다 -_- 이건 뭐 몇 년이고 질리도록 똑같은 얘기만 무한루트라. 죽창 문제는 죽창 문제로 두고, 정말 저들의 절규를 들을 사람들은 없는 걸까요.

    특수고용자도 그렇고 집시법도 그렇고, 도대체 법의 보호 목적은 어디로 갔는지 한숨입니다. 법의 목적 같은 고차원적인 거야 신경 안 쓰더라도 헌법 정도만 신경 써 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법치주의'에 헌법은 없나 봅니다.
  • 수롤 2009/05/24 01:06 #

    전 이제 기대안할랍니다. 정말이지 지쳤습니다. 비겁하게 지켜보는 필부인 저도 이 지경인데 현장에 계신 분들은 얼마나 절망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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